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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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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사미디어 등록일 202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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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선생님! 이 해피 트리 선물이에요~”

“오! 정말요?” 깜짝 놀라서 대답했다.

“어리니까 잘 부탁해요. 이 해피 트리 보면서 날 위해 기도해 주세요. 다시 만날 때까지 해피 트리 잘 부탁해요. 선생님,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요.”


나는 지금 암 전문 요양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박◯◯ 님은 유방암 4기 환자였다. 그녀는 아담한 식물들을 키우면서 힘든 투병 시간을 버티고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애지중지 키우던 어린 해피 트리가 있었다. 그녀는 식물에 대해 문외한인 나에게 자식 자랑하듯 해피 트리에 대해 활짝 웃으면서 설명해 주었다. “얘가 있으면 행운을 불러오고, 부자가 된대요. 그래서 개업식이나 집들이 선물로 많이들 해요. 너무 이쁘죠? 지금은 작고 연약해 보여도 까다롭지도 않고 거실에서 물만 줘도 잘 커요.” 그리고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본인이 키우던 식물을 아무한테나 주지 않는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 식물은 그들에게 자식과도 같은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퇴원을 앞둔 그녀가 끔찍이 여기던 자식 같은 해피 트리를 내 손에 안겨 준 것이다. 사실 나는 식물을 키울 자신이 없었다. 내가 키웠던 식물들은 모두 시들어 버렸다. 그러나 그녀의 진심을 알기에 해피 트리를 소중하게 집으로 가져왔다.


어린 해피 트리를 볼 때마다 그녀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고, 잘 키운 해피 트리를 건강해진 그녀에게 다시 돌려줄 그날을 기대하며 설레는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또 아이들에게도 선물로 받은 해피 트리를 자랑했다. 그런데 어느 날, 누군가가 해피 트리의 심장과도 같은 중심 가지를 완전히 꺾어 놓은 것이다. 심장 박동이 멈춘 환자의 모습처럼 여린 가지들과 반짝반짝 윤기 흐르던 잎새들이 모두 축 늘어져 있었다. 누가 그랬는지 알 것 같았다. 달려가 야단을 치고 싶었는데 순간 내 가슴을 더 아프게 한 건 바로 나의 아린 손가락이었다. 나는 해피 트리의 달랑거리는 가지를 붙들고 “해피 트리야 미안해, 미안해.” 한참을 울었다. 


왜 눈물이 쏟아졌을까? 나처럼 생애 최대의 위기를 맞은 해피 트리였다. 그 해피 트리를 받을 당시 나는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든 일들이 많았다. 그동안 애써 쌓아 올렸던 나의 눈부신 스펙은 모두 안개처럼 사라져 버렸다. 몇 년간 인간이 겪는 최고의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모든 책임을 안고 나만 죽으면 될 것 같았다. 희망이 꺾인 내 삶은 어디서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내 인생 최고의 꿈이었던 행복한 가정은 산산이 깨져 이별했고, 새로운 일터에서 늦은 나이에 다시 일을 새롭게 배워야 했다. 그사이 소중한 두 아이도 해피 트리처럼 고통의 시간을 보냈고, 그 아픔을 바라보는 나의 고통은 형언할 수 없는 몇 배의 피눈물 나는 시간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하체의 심장인 오른쪽 무릎 연골판이 다 닳아서 제거된 상태였고, 겨우 절뚝거리면서 간호사 일을 하고 있었다. 모든 스트레스가 뇌로 갔던 것일까? 2022년 2월에는 뇌종양 진단까지 받았다. 현실이 고달파서였을까? 뇌종양 진단서를 받고 너무 행복했다. 이유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나는 내 힘과 지식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음을 하나님 앞에 인정하게 되었다. 하루하루 죽은 통나무 같은 육신을 일으켜 암 환우들을 위해 일했다. 그러나 그동안 의지했던 하나님을 원망했다. 기도도 막혀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래서였다. 사망 선고받은 내 인생 같은 해피 트리를 붙잡고 “하나님, 해피 트리 살려 주세요.” 하고 울부짖었다. 그때 갑자기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아니하”(마 12:20)며, “하나님은 아프게 하시다가 싸매시며 상하게 하시다가 그의 손으로 고치시나니”(욥 5:18)라는 이 치유의 말씀들이 내 마음에 울려 퍼졌다. 


나는 그날, 꺾인 중심 가지가 아니라 해피 트리를 살리실 주님을 바라보게 되었다. 곧바로 덜렁거리는 해피 트리 나뭇가지를 스카치테이프로 여러 겹 감싸 주었다. 해피 트리 몸보다 스카치테이프가 더 크게 보였다. 시간이 조금 흘렀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아무런 생명력 없는 스카치테이프만 싸맸고, 가끔 물만 주고, 기도만 드렸는데 해피 트리가 가녀린 연초록 잎파리를 신생아의 주먹처럼 힘겹게 쥐었다가 펴고 또 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아~ 살았다! 감사합니다. 주님~!” 찬양하듯 팔을 펴며 새 잎새들을 터뜨렸다. ‘하나님 아버지! 신기해요. 정말 싸매만 주었는데 하나님께서 살려 주셨네요?’ 희망 제로였던 해피 트리에 보이지 않는 치유의 힘이 작용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경희야! 보이니? 해피 트리를 살리는 내가 지금도 너와 함께하고 있단다.” 잔잔한 음성이 내 맘에 울려 퍼졌다. ‘아, 감사합니다! 나의 아버지 하나님!’ 그날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땅에서 내가 지고 있는 삶의 고통, 무게를 대신 진 십자가의 사랑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해피 트리를 살리고픈 나의 간절함 그 이상으로 나를 싸매시고 고치시고, 꺼져 가는 내 삶의 심지에 온몸으로 불씨를 되살리며 나의 행복을 바라고 계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애타는 심정을 깨닫게 되었다. 


그날부터 그동안 내 고통에만 집중해서 보이지 않던 수많은 축복이 보이기 시작했다. 감사와 기쁨이 터져 나왔다. 그때부터 하나님께서 보내 주신 스카치테이프 같은 분들이 하나님 아버지의 심정으로 나의 꺾인 삶을 싸매 주고 함께 울어 주고 도와주셨다. 수십 년간 종교 생활을 열심히 하면서 의미 없게 읽었던 성경 말씀이 모두 사람을 살리는 특효약임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 해피 트리는 투명 테이프가 보이지 않을 만큼 자라서 푸른 잎사귀들이 풍성하게 되었다. 이뿐인가! 나도 감사와 찬양, 기쁨이 넘치는 가운데 뇌 MRI 검사 결과 “뇌종양이 줄어서 보이지 않네요.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는 의사의 놀라운 소견을 듣게 되었다. 또한 내 무릎 연골판 사이즈에 맞는 연골판을 찾으려면 2년 이상을 기다려야 했는데 작년 11월에 신청하고 일주일 만에 하나님께서 연골판을 주셔서 조직 이식 수술을 무사히 마치게 되었다. 절뚝거리며 걷던 내가 똑바로 걸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학병원 의사는 “정말 운이 좋고, 복이 많으세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더불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연약한 해피 트리 같던 아이들도 기도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아픔을 딛고 쑥쑥 성장하고 있다. 이번 여름에는 아이들과 오랜만에 시원한 수동계곡에 발을 담그고 계곡 물소리만큼 청아한 소리로 “깔깔! 하하! 호호!” 웃으면서 놀았다. 꿈속에서만 그리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중심 가지가 꺾인 수많은 해피 트리를 보내 주신다. 나는 암을 만나서 고통 가운데 신음하며 꺾인 인생을 살아가는 암 환우들에게 보이는 스카치테이프 같은 약과 주사를 준다. 그리고 이제 보이지 않는 참치유자 되시는 하늘 아버지의 마음을 나눌 때 어둠으로 가득한 병실이 지상 천국으로 빛나는 기적을 맛보는 간호사가 되었다. 오늘도 나는 해피 트리를 바라보는 주님이 주시는 사랑의 눈빛 가운데 참평안과 쉼을 누리며 소망의 발걸음을 내딛는다. 



​문경희 ​암 전문 요양병원 간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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